2007년 1월 31일

전 아버지를 닮았나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기하게도 '난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나봐'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만 1년이 됩니다.
공사장에서의 사고로 병원에 계속 누워계시다가 폐가 나빠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누군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빠가 좋아!"라고 얘기할 것 같습니다.
늘 잘못을 꾸짖는 어머니보다 항상 인간적인 모습의 아버지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많은 친구분들이 저에게 했던 얘기가 기억납니다.
'너희 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이셨어', '정말 유쾌한 분이셨지', '아마 너희 아버지를 싫어했던 사람은 없었을거야'...
특히 저에게는 "유쾌한 분"이라는 표현이 너무 기억에 남고 좋습니다.
저또한 아버지의 유쾌함을 닮고 싶어서겠지요.

그런데 그런 아버지를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하신 분이 있었는데 바로 저희 어머니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희 집의 가정 형편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공사장 인부로 일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게 항상 생활을 위협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라 일거리가 있을 때는 그런대로 생활이 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장마철이나 한 겨울 공사 일이 없을 때는 늘 경제적으로 편안하지 못했답니다.
그러다보니 제 나이 절반 이상의 세월을 집이 아닌 해외에서 혹은 타지에서 보내셨습니다.(제가 올해 29 입니다^^)

그리 넉넉하지 못하고 가끔은 쪼들리며 생활을 해야하셨지만 사람들 앞에선 항상 웃고 재미난 얘기를 잘 하시곤 하셨습니다.
어머니에겐 그런 아버지가 못 마땅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마 경제적으로 무능하게 보이셨던 모양입니다.
늘 두 분이 싸우시던 일의 대부분이 돈 문제였으니까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정말 멋진 분이라고 할 만한데 어머니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쉽게 짜증도 내시고 잔소리도 하시고 저와 저희 누나의 문제도 항상 어머니에게 화를 내시는 것으로 대신하셨답니다.
(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두에 표현했던 것처럼 잠시의 기억만으로도 저는 아버지와 많은 닮은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친구가 5월쯤에 결혼을 한다고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중에 남자친구와 많이 다툰다며 남자가 이해심이 많이 적은 것 같다는 얘기가 기억납니다.
그런 친구에게 저도 속 좁고, 그것 때문에 아내와 많이 다툰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 남자가 저 만큼만 되어도 좋겠답니다. ^^;
하지만 그 친구는 제 아내와 저의 관계 속에 있는 제 모습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했을 것입니다.
저희 아버지처럼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잘 해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제 아내에게는 참 모질게 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이 다투고 화도 많이 냈습니다. 가끔은 아내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답니다.
작은 일에 불평하고 짜증내고 무슨 일에든 저는 맞고 아내는 틀렸다는 식이죠.(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새벽녘에 눈을 뜨고 아버지와 나는 닮았구나라는 생각이 어느덧 제 아내를 향한 미안함으로 변합니다.
교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청년들을 인도하기도 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납해주라고 그렇게 외쳤는데 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제 아내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쓸지 맛있는 빵을 사줄지 모르겠지만 그간의 나의 못난 모습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또 한번 저에게 교훈을 남기십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지금까지도 곁에서 저를 꾸짖어 주셔서 빗나가지 않도록 이끌어 주신 어머니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의 사랑하는 아내 으니씨, 미안합니다.(이름을 제대로 부르려니 부끄럽네요^^)
사랑합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