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 형 경
소설가
<성공하는> 74기 이수
내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읽은 것은 그 책이 첫 출간되었을 때였다. 당시 삼십년 이상 살면서 예술가로 운명지워지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들이 유난히 현실 감각이 둔하며, 바로 그 희박한 현실 감각 위에서 상상력과 재능이 발현되기는 하지만, 또한 그 결여된 현실감 때문에 더 자주 불행한 일에 휘말리고 때로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나 또한 그런 부류에서 조금치도 벗어나지 않은 예술가 영역에 속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책을 통해 만났던 7Habits
서점에서 그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물론 성공하고 싶었다. 무엇을 성취하고, 어떤 자리에 오르고, 재물을 쌓고…… 하는 종류의 성공 말고, 그냥 내 삶 자체에 대해 성공하고 싶었다. 큰 과오나 고통 없이, 평화롭고 충만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른 신화가 존재했다. 훌륭한 예술은 고통과 광기와 궁핍 속에서 탄생하며, 예술가가 배부르고 편안한 순간 그 예술은 썩기 시작한다는 거였다. 그 간극을 내면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예술에 대한 그런 편견은 봉건사회에서나 통용될 뿐,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생 감정의 좌충우돌이나 겪고, 궁핍하고 불행한 생을 살아야 하는 조건이라면 기꺼이 예술을 포기할 의도까지 있었다.
이제는 많이 흐릿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펼쳐들었던 그 책은 내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중 가장 경탄했던 점은 성공한 사람들을 무수히 면담하여 그들의 자질이나 생의 방식에서 본받을 만한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일곱 가지로 요약하여 설득력 있게 제시한 스티븐 코비의 저술 능력이었다. 당시 나는 십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삶의 노선을 변경한 직후 약간의 갈등을 겪고 있던 때여서 ‘당신의 삶을 주도하라’는 첫 습관부터 배울 점이 많았다. 물론 나머지 여섯 가지 습관도 당시의 내게는 소중한 지침이었고, 적절한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난 것에 감사했다. 그 책 덕분인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예술가의 딜레마’를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는 중이다.
바로 그 책을 쓴 스티븐 코비 박사가 그 책 내용을 토대로 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그 중 하나가 ‘성공하는 리더들의 7가지 습관 CEO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최근이었다. 작년 연말에 어떤 자리에서 한국리더십센터 고현숙 부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고 부사장으로부터 그런 정보를 들었다. 그 정보를 들었을 때 예전에 그 책에서 받았던 감동이 떠올라 좀 아는 척을 했을 것이다. 그런 내게 고 부사장이 “그렇다면 한 번 워크숍에 참가해보겠느냐”고 제안했다. 예술가와 리더십은 어떤 관계도 없고, 소설과 CEO도 전혀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지만 나는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그러마고 했다. 예전에 그 책에서 받은 감동도 기억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쇄신하라’는 습관도 잊지 않고 있었고, ‘소설가에게는 모든 경험이 자산이다’라는 논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워크숍을 통해 만난 7Habits
워크숍에 참가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사실 원주 오크밸리에 도착할 때까지는 그저 봄나들이 가는 마음에, 막연하게 유익하기는 할 거라는 기대밖에 없었다. 워크숍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3일간의 워크숍 코스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한결 하드하고, 프로페셔널하고, 유익했다. 3일 중 절반은 박창규 선생님으로부터, 나머지 절반은 김경섭 선생님으로부터 워크숍을 받았는데, 그 과정이 끝나고나자 내 삶에서 아직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느꼈던 점들이 더 선명히 보였다. 창작은 본질적으로 혼자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내게는 습관 4, 5, 6과 같이 타인과 공동으로 일을 도모하는 방식에서 소홀한 점이 많았다. 삶의 전반에서 취약한 지점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그것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손에 넣었다는 점이 가장 유익했을 것이다.
고 부사장을 만나 적절한 정보를 들었던 것처럼, 가끔 생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나 법칙이 존재한다고 명백히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워크숍이 끝나고 오크 밸리에서 나오는 길에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그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모 신문에서 독자들의 고민에 대해 상담해주는 지면을 꾸몄는데 거기 필자를 해달라는 청탁 전화였다. 최근에 내가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많이 공부해서 소설이나 수필에 그런 내용이 담기곤 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적합한 필자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2년 전에도 다른 신문으로부터 똑같은 아이템으로 원고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일이 있는데 그때는 분명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서서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똑같은 일에 대해 “이제는 해야 하는 일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크숍에 참가하는 동안 삶의 방식에 대한 조정 작업이 있었고, 미미하게나마 심정적인 변화를 겪은 후였기 때문에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또 하나의 행운, 코칭
담당 기자를 만나 지면에 대해 의논한 후 구체적인 집필 방법을 생각을 하고 있던 무렵 다시 고현숙 부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워크숍 참가 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고 부사장이 뜻밖에도 코칭 코스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까지 나는 코칭에 대한 개념은커녕 코칭이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다음에는 한번 코칭 코스에 참가해 보세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바로 저것이구나”하는 것을 반사적으로 알아차렸다. 당시 고민하던 상담 원고 집필 방법에 가장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거기 있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코칭 코스는 지난 5월에 받았다. 코칭 코스에 참가해서야 코칭이 컨설턴팅, 카운슬링, 멘토링, 세라피와 각각 어떻게 다른지를 알았고, 코칭이라는 직업이 현대인의 심리 중 어떤 지점에 어필하는가도 짐작하게 되었다. 코칭 코스는 특히 일곱 가지 습관 중 다섯 번째인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의 실천 덕목에 해당하는 과정이어서 조직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나 능률 향상에 유익할 것 같았다. 조직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사람도 일상적 대화 방식으로 코칭 대화 모델을 채택하면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코칭을 하는 유익한 기능을 하게 될 것 같았다. 물론 상담 원고를 쓸 때 필요한 기술적 측면에서도 구체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질문 글을 읽을 때는 ‘맥락적 경청’을 해야 하며, 눈에 보이는 여러 문제점 중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는 ‘포커싱’을 잘 해야 하며, 직접 대화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메시징 스킬’ 기법으로 원고를 쓰되, 가끔 ‘발견 질문’도 제시해야 한다는 것.
우연과 우연이 만나 리더십 워크숍과 코칭 코스를 참가하게 되었지만 그 두 번의 경험은 내게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받은 경험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도 그런 행운이 찾아와준 것에 대해 많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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